<돈의 힘 4부>
재테크의 기본은, 미래에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다.
살다보면 한번쯤 불행한 일을 겪기도 한다. 불의의 재난을 당하기도 한다.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처럼.
문제는, 불확실한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이다.
보험 : 일정한 돈을 적립하고 재해나 사고를 당했을 때 일정 금액을 보상받는 경제제도
미국 뉴올리언스의 구지역은 태풍으로 인해 물에 잠겼다. 이곳 동쪽의 세인트 버나드에는 주택을 소유한 노동자들이 많았고, 그들이 가입한 민간 보험에는 보상 약관이 명시되어있었다. 그런데 현재 뉴올리언스 주민들은 주택에 대한 손해보험레 가입할 수 없어 도시를 떠났다. 이처럼 정직 큰일을 당했을 때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민간보험에는 구조적인 모순이 있다.
카트리나 참사는 보장을 받을 줄 알았는데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주었다. 보험 가입자는 보험료를 꼬박꼬박 납입하는데도 적은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대체 이런 제도는 누가 만든걸까? 보험의 주된 목적은 만약을 대비한 저축이다. 그러나 보험금을 받으려면 약관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근대 보험은 스코틀랜드에서 출발했다. 1744년 스코틀랜드 국교회의 성직자들에 의해 근대 보험이 창안되었고, 훗날 보험시장은 수십억 파운드의 규모로 성장하였다. (로버트 월리스, 알렉산더 웹스터-생명보험을 최초로 만든 성직자) 이들은 동료 성직자가 세상을 떠난 후 남겨진 유가족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며 이들을 구제할 방법을 생각해내었고, 이렇게 최초의 보험이 생겨났다. 주목할 부분은, 성직자들로부터 걷은 보험료를 고스란히 유가족에게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험료를 가지고 기금을 만든 후에 그 돈을 수입사업에 투자하여 거기서 나온 수익을 유가족에 지급하면, 보험료의 원금은 건드리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이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면 미래에 발생할 유가족의 수가 얼마나 될지 파악해야 한다. 월리스와 웹스터는 이를 정확하게 계산해냈는데, 이를 발판으로 성직자 뿐만 아니라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 등장하였고, 이 최초의 보험은 '스코티시 위도우스'라는 세계적 보험회사의 토대가 되었다. 위도우스는 보험 가입자가 많을수록 보험금 지급 계산방식이 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험 가입자의 수명을 예측하기는 어려워도 가입 집단의 평균 수명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보험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과 형편이 어려워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1880년이 되자 소외된 이들을 구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위험의 개념이 확장된 것이다. 이런 사고의 확장이 근대 복지국가로 이어졌다.
복지국가 : 국민의 복지 증진과 행복 추구를 가장 중요한 사명으로 보는 국가 형태로 사회보장제도, 최저임금보장 등 다양한 복지정책을 폄
강력한 복지정책을 최초로 실시한 나라는 일본이다. 1923년 도쿄에서는 지진 피해가 심각했는데, 이에 따라 20세기 초 일본에서는 국가가 위험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개념이 대두되었다. 초기에는 제국주의적 색채가 강했는데, 일본은 복지국가 건설에 나섰지만 이는 전쟁을 위한 것이었다. 즉 복지국가는 이타주의를 실천하기보다는 전쟁에 투입할 튼튼한 군인과 노동자가 필요했던 일본정부의 야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국가 건강보험은 국민의 건강을 보장할 뿐 아니라 제국건설에 필요한 군인들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기능을 하였다. 그러나 미국과의 전쟁에 패하고 일본의 전쟁국가론은 실패했다. 1945년에는 미국의 공격에 의해 일본의 증시는 크게 하락했다. 집이 불타 없어져 수도 사람들의 3분의 1이 집을 잃었다. 하지만 1945년 일본이 전쟁에서 패했어도 복지국가 정책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민간보험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국민의 위험을 떠안는 것이다.
윌리엄 베버리지(: 영국의 경제학자로 영국의 사회보장제도를 확립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베버리지 법안을 제창)가 고안해낸 사회보장제도는 전쟁 이후에 탄생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일본 정부는 1947년 10월 복지정책을 고안했다. 이 사회보장제도정책은 빈곤을 가져오는 모든 원인을 국가가 관리하도록 했다. 질병, 부상, 장애, 사망, 출산, 대가족, 노후와 실업, 원인을 막론하고 가난한 국민들은 국가로부터 최저생계비를 지원받았다. 일본의 복지제도는 한동안 놀랍도록 효과적이어었다. 세계 2위가 될 정도로 경제 성장 역시 눈부셨다. 그러나 이 복지국가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인가?
1970년대에는 일본의 복지국가정책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듯 보였으나 영국을 비롯한 서양의 복지국가 정책은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 개념인 동기부여를 배제한 제도였고, 결국 스테그플레이션(: 경제불황과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태)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지난 30년간 세계경제는 기존의 복지국가 개념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왔다. 이때 밀턴 프리드먼(: 미국의 경제학자로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옹호했으며 1976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함)은 '위험요소'를 경제에 끌어들였다. MV=PQ : (통화량)x(화폐의 유통속도) = (물가)x(총 거래량) 의 공식으로 그는 경제학 대가의 반열에 올랐는데, 통화량이 증가하면 물가가 오른다는 의미이다. 화폐 수량설(: 화폐공급량의 증감이 물가수준의 등락을 정비례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경제이론)의 핵심이다. 그러나 그런 그도 복지국가의 실패원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한편 칠레의 상황은 그의 이론을 검증하기에 완벽했다. 1973년 9월 칠레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 칠레의 사회주의 정당 인민연합의 대통령을 역임, 1970년 남아메리카 최초로 민주선거를 통해 집권함)를 축출하기 위해 탱크부대가 산티아고로 진격했고, 마르크스주의자 아옌데는 칠레를 공산국가로 만들고자 했던 그의 노력은 경제위기와 군사 쿠데타로 막을 내렸다. 1973년 9월, 칠레에선 생산량이 감소하고 물가가 폭등해 전 국민을 상대로 한 복지제도가 쓸모없었다.
이에 1975년 3월, 프리드먼 교수는 칠레로 건너가 모네다궁에서 칠레의 새로운 대통령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칠레의 군인이자 정치가로 1973년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에 취임함. 1988년 10월 대통령 집권 연장 찬반투표에서 패배해 사임함)를 만난다. 교수는 정부부채를 줄여 연간 900%에 달하는 물가상승률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대통령을 설득했다. 한달 후 칠레 군사정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겠다고 선언했고 정부 지출을 27%나 줄였다.
프리드먼의 제자들인 시카고학파(: 미국의 시카고대학교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경제학자들로 신자유주의학파라고도 불림)들의 제안은 프리드먼의 제안보다 훨씬 급진적이었고, 이는 복지국가와는 정반대의 모델이었다. 신자유주의 경제혁명은 영국이나 미국이 아닌 칠레에서 시작되었다. 복지국가 해체론을 주도했던 중심인 젊은 경제학자 호세 피네라는, 칠레 경제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보호무역 정책으로 사회주의국가와 다를 바 없었고 아옌데 정권에 들어서서 그 상태가 더 심각해졌다고 말한다. 칠레 정부의 재정은 그간 크게 악화됐다. 1979년부터 81년 사이에 피네라와 그의 동료들은 공적연금을 민간연금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새로운 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월급에서 원천징수하는 방식 대신에 근로자가 소득의 10%를 민간기업이 유치하는 개인연금저축계좌에 납입하고 낮은 보험료로 장애보험과 생명보험을 추가할 수 있었다. 이 제도(연금개혁)의 핵심은 자신의 노후는 스스로 책임진다는데 있고, 이들은 칠레 민주주의의 부활에 기여했다. 칠레은행에서 중개인들은 연금기금을 주식시장에 투자했고, 개인연금저축계좌의 평균 수익률은 10%가 넘었다. 그후 20년간 칠레 주식시장은 18배나 상승하였다.
그러나 문제점은 모든 국민이 정규직 근로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이들은 연금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들 빈곤층은 정부보조금에 의지할수밖에 없었지만, 경제성장은 빈곤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었다. 칠레 빈곤층이 50%에서 13%로 감소할 정도로 연금개혁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영국의 대처 수상(마가릿 대처 :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로 과감한 시장주의 경제를 도입해 경제부흥을 이뤘으며 '철의 여인'으로 유명함)은 칠레의 이러한 경제 개혁을 반기는 입장이었다. 경제가 회생하려면 국가의 복지책임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연금 개혁이 필요한 국가는 바로 일본이었다.
물론 일본의 복지제도는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문제는 일본의 복지제도가 너무 방만하다는 것이었다.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층의 수가 적어짐으로써, 1960년에는 11명의 근로자가 퇴직자 한 명을 부양해야 했지만 2025년에는 근로자 두 명이 퇴직자 한 명을 부양해야 한다. 30년 사이 사회보장비용 증가율은 국민소득 증가율 대비 4배가 되었다. 일본의 건강보험공단은 적자상태이고, 연금기금도 거의 바닥났다. 복지제도가 국가경제를 침체시키고 있는 것이다. 스코틀랜드에서 탄생한 보험은 복지의 형태로 진화했고 국가가 많은 책임을 져야만 했다.
헤지펀드 : 국제증권 및 외환시장에 투자해 단기이익을 올리는 민간 투자기금
헤지펀드 매니저로 크게 성공한 켄 그리핀은 유명한 헤지펀드사인 시타델 투자그룹(: 세계최대 규모의 글로벌 금융회사)를 설립하고, 2007년 신용경색위기를 모면하며1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이는 정확한 계산과 뛰어난 직관으로 위험을 성공적으로 관리한 데에 있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기에, 직감이 탁월하고 감이 빠른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상황을 분석하는 능력도 아주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느냐, 피하느냐의 문제는 각자의 판단련에 달려있다."
위험관리를 뜻하는 '헤지'는 농업분야에서 유래했다. 농부들은 작물의 가격을 정확히 예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농부들은 파종기에 미리 판매 가격을 확정하고 그 가격에 상인들이 수확물을 사는, 일종의 선물 계약을 맺어 위험에 대비했다. 농부는 가격이 떨어지지 않게, 상인은 가격이 오르지 않게 선을 그어놓은 것이다. 이렇게 농부와 상인 둘 다 손실에 대비하였다.
선물계약 : 미래의 일정 시점에 일정량의 특정상품을 미리 정한 가격에 매매하기로 맺은 계약
이는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유리했는데, 자본형성과 투자를 장려하고, 열심히 일해서 자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했다.
세부규칙이 정해지고, 어음 교환소가 설치화되는 등 선물 계약이 제도화되면서 본격적인 선물 시장이 등장했고, 시카고에서 문을 열었다. 1874년에 시작된 선물 시장에서는 상품의 거래가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조건에 따라 권리행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선물, 즉 옵션이 등장한다.
선물계약은 기존자산에서 나온 것으로 파생상품이라 불리며 이중에는 옵션이란 것이 있다.
옵션 : 주식, 채권, 주가지수 등 특정 자산을 일정 시점에 미리 정해진 가격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거래
콜 옵션 매입자는, 이를테면 앞으로 1년 안에 베를담 $120의 원유를 살 권리를 갖는다. 1년안에 유가가 베를담 $150로 오르면, 수익성이 높은 배가격(?) 옵션이 되고, 콜 옵션을 행사하면 $30의 수익을 얻는다. 유가가 베를담 $120에 머무르거나 하락해도 콜 옵션 매입자는 살 권리를 포기하면 그만인 것이다. 손실은 콜 옵션 매입시 지불한 프리미엄으로 한정된다. 이런 식으로 그리핀은 억만장자가 된 것이다.
파생상품은 이론적으로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획기적인 상품이었다. 기존 보험보다 체계적이고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지난 10년간 금융시장은 파생상품이 독점하다시피 했는데, 2007년 말에는 파생상품 계약의 추정 가치가 596조 달러로, 미국 전체 경제에 40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하지만 워런 버핏(미국의 기업인이자 투자가로 2008년 10월 기준 세계 1위의 자산가)은 파생상품을 일컬어 금융시장의 대량 살상무기라고 했다. 그는 영국의 거대 보험회사 AIG의 몰락도 예견했는데, AIG는 보험보다 파생상품에 치중한 탓에 위기로 내몰린 것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노력은 실패한 것일까? 보험회사는 실망만 안겨줬고, 복지국가는 무너졌다. 파생상품은 이익과 함께 엄청난 손실도 가져왔다.
다음 편 : 최근들어 사람들은 미래에 대비하고자 집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연금개혁이 실패해도, 안락한 집이 있기에 상관없다. 그러나 연금이나 보험의 대안으로 삼기엔 집은 한계가 있다. 손실대비책이 없고, 부동산시장에 국한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편을 보면서, 파생상품이 정확히 무엇이고 왜 위험한지에 대해 더 알고싶어졌다. 좋은 설명이 있어 링크를 첨부한다.
https://eiec.kdi.re.kr/material/clickView.do?click_yymm=201512&cidx=1653
파생상품은 위험한가? | click 경제교육 | KDI 경제정보센터
파생상품(derivatives)이란 주식·채권·통화 등 기초자산(underlying asset)의 가치 변동에 따라 그 가격이 결정되는 상품으로, 선물(futures)·옵션(option)·주식워런트증권(ELW)·주가연계증권(ELS)·주가지수
eiec.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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