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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시향기

프레데릭말 엉빠썽 en passant

by 엔프제 2020. 6. 20.

그 유명한 엉빠썽 드디어 맡아봤다!!

왜 유명한지 알겠다. 한 번만 뿌려도 진짜진짜 잘 만든 향수구나-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제형이 약간 오일리하다. 그래서 뿌린 직후에도 알콜향이 거의 안 나는 걸지도?!

 

일단 처음 맡는 결의 향수는 아니다. 분명 누구나 어디선가 이런 뉘앙스의 향을 맡아봤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찾으려면 없는ㅋㅋㅋㅋ 독특한 향은 아닌데 완성도가 너무 높아서 아무리 찾아봐도 이것밖에 없는 그런 느낌!! 계속 말하지만 정말 잘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정말 예쁜 꽃내음... 라일락 생화향을 맡아본 기억이 까마득한데 이 향수로 기억조작 당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나 라일락이야!! 하는 메세지가 느껴진다. 내가 코펙트럼이 넓지 않아서 그러는 건진 모르겠지만 꽃향기로 유명한 향들은 꼭 파우더리한 분내가 함께 올라와서 힘들었는데 엉빠썽은 코박킁해도 케미컬함이 정말 하나도 안 느껴지고 투명함으로 가득가득하다.

 

투명하게 느껴지는 만큼 물향!!도 잘 느껴진다. 찰랑찰랑보단 미끌미끌에 가까운 것 같기도..? 그 왜 기름진 느낌이라기보단 수분폭탄 수분크림 제형같이 미끌거리는 그런 느낌ㅋㅋㅋㅋ 느끼하지 않아서 거부감은 없다. 근데 물향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머리아플 것 같기도..,,

 

단일노트라 그런지 큰 트레일 변화 없이 향이 쭉-간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아주 약간! 파우더리해지는 감이 있는데, 코박킁하면 그런 느낌이긴 하지만 솔솔 올라오는 향은 여전히 투명하게 느껴진다. 처음엔 엥 머야 발향이 잘 안되는데?! 했는데, 은근히 향이 솔솔 올라온다. 스르륵-올라와서 스르륵- 사라지는 그런 이미지ㅋㅋㅋㅋ 은근 발향 괜찮다. 은은한데 발향 잘 되는,, 그런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같은 일을 엉빠썽이 해낸다 이말이다^-^ 너무 맘에들엉

 

비오는날 롬브르단로는 거의 공식인데, 엉빠썽도 장난아니게 잘 어울릴 것 같다👍🏻 촉촉하고 물먹은듯한 예쁜 라일락이 비오는 날과 만나면 참 예쁠듯,,

 

프레데릭말은 엉빠썽이 처음이었고 또 아직까지 엉빠썽 외 다른 향을 맡아보지 못했다. 뭔가 바틀부터가 엄청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고 한 섹시 하는 사람들만 쓸 것 같은.. 그런 엄청난 강렬한 향만 나올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던 브랜드였는데 완전 아니었다.

 

풍기는 분위기가 굉장히 여리여리하다. 떠오르는 이미지는 동 트는 순간, 어스름한 새벽에 보슬비가 내리는데, 화려하지 않은 흰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연보라색 우산을 쓰고 천천히 산책하는 모습이다. 사실 누가 꼭두새벽에 심지어 비도 오는데 우산들고 산책하겠냐만은🤦🏻‍♀️ 이미지가 그렇다는 거다ㅎㅎㅎ 화려한 화장, 구불구불한 머리 이런 느낌보단 청초하고 투명한 이미지의, 파마기 없는 긴 생머리가 어울릴 법한 분위기를 풍긴다.

 

향 자체가 독하지 않고 부담없는 느낌이라, 큰 호불호 없이 쓸 수 있는 향인 것 같다. 그리고 난 느꼈다 몇 년 후가 됐든 분명 내가 이걸 지를 것 같다는 것을,,, 미래를 보고왔다

 

 

#2022-04-23 추가

라일락 생화향을 처음 맡아보고 든 생각은 '와 엉빠썽이 진짜 라일락을 잘 재현했구나'였다. 꽃집향, 생화향으로 광고하는 향수들 정작 맡아보면 그냥 답답한 향수냄새 나는 경우가 태반인데 엉빠썽은 생화 그대로의 라일락+비리지 않은 물기 딱 이정도였다. 다만 생화의 경우 더 수줍고 풋풋한 느낌이었다면 엉빠썽의 경우 약간.. 사연있어보인달까,, 비오는 날 배경의 일본 영화 분위기 느낌?? 아 모르겠다ㅋㅋㅋ 근데 정말 잘 만든 향수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개화한 라일락의 싱그러운 내음은 어떤 향수도 그대로 따라할 수 없으니 이정도면 정말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그래서 라일락을 그대로 느끼려면 그냥 봄을 즐겨야겠다는 결론이 났다ㅋㅋㅋ 나중에 재원이랑 마당있는 집 살면 라일락 나무를 꼭 심어야지

+) 위에서 예견했던대로 엉빠썽은 이제 우리집 서랍장 한 곳을 차지하고 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