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새벽 잠에서 깼을 때 나는 지상의 별빛이 잔잔히 흐르던 그 추운 밤 속 공기에 흠뻑 젖어있었다. 잠시 전까지 꼭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금방이라도 그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처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이라, 그 이야기를 듣고 난 그 밤공기가 내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가만히 생각해봤다. 여기 한 글자 쓰는 것도 이렇게 어려울 만큼 아무 결론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 새벽, 밤새 나를 적신 별빛과, 바람과, 조곤조곤한 목소리와, 흩날리던 눈을 떠올렸다. 코 끝에 남은 공기를 생각한다. 그러니 내가 앞으로 얼마나 이 기억을 떠올리게 될지, 눈을 감고 그 난간 앞으로 돌아가게 될지 알 수 있었다. 눈이 오면 가로등에 빛나던 눈 조각들을 떠올리겠지. 바람이 불면 쉼없이 볼을 감싸던 내 손동작이 기억나겠지. 가끔 복잡한 생각에 잠기는 날이면 덤덤히 자기 이야기를 나눠주던 목소리가 생각나겠지.
추억할 사진 한 장 없이 닳아버릴까 아쉬워하며 가끔씩만 꺼내보게 될 기억이 하나 생긴 것에 감사하면서도,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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