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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식단

단식 후 보식 팁, 그리고 반가운 소식

by 엔프제 2023. 8. 18.

보식이래봐야 클린식과 다를 것 없다. 물론 닭고야를 말하는 건 아니다.

나는 카니보어 기반 식사를 하니까 고기, 내장, 계란노른자, 소금, 버터 위주로 구성하되 가끔 기름진 생선, 백미, 살균하지 않은 유제품을 곁들인다. 여기까지가 아주 클린하다고 볼 수 있는 기준선이다. 솔직히 카니보어 아니어도 이 식재료들로 보식 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들에는 독소가 없고 영양가가 아주 풍부하다. 단식으로 고생한 몸을 영양으로 가득 채워주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전에 단식 후 보식으로 미음, 죽을 먹으라는 얘기가 많던데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기껏 지방대사 다 돌려놨더니 바로 유동화된 탄수화물을 때려넣다니...? 그것보다는 사골국으로 소화기관을 달래주고 아주 푹 익혀서 너덜너덜해진(?) 고기가 있는 고깃국을 먹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탄수화물도 필요하다. 이건 정해진 답은 없지만 그동안 몸에서 탄수대사 사이클이 돌아가지 않았으니 어느정도의 탄수화물을 공급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권하고 싶은 보식 첫 날 스케쥴은:

 

11시 - 사골로 소화기관을 깨운다

12시 - 아주 부드러운 고기가 있는 국을 먹는다(탄수 x) 조금 모자라다 싶은 양으로 먹는다.

17시 - 소화하기 쉬운 육류 + 신선한 계란 노른자 + 쌀밥 소량 먹는다

 

이다. 첫날은 소화기관이 둔해져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소화 자체가 오래 걸린다. 숙면을 위해서는 이른 시간에 저녁식사를 마치는걸 권한다(는 내가 어제 늦게 저녁 먹고 잘때까지 소화 안돼서 고생했다ㅎ..). 그리고 중요한건 평소 내 식사량에 맞추면 안 된다는 것..! 분명 다 못 먹는다. 억지로 먹었다가 얹히기만 할 뿐이니 평소 양의 절반 정도로 준비한다. 야채를 곁들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생야채는 말고, 푹 삶은 야채를 식단에 천천히 추가하길 권한다. 첫 날은 드시지 마시고. 3일 이상 단식을 진행하게 되면 장내 세균이 리셋되기 때문에 최대한 단순화된 식재료로 식사를 구성하길 권한다. 식이섬유는 장내세균이 분해해주기 때문에 처음부터 추가하지 마시고 아주 소량씩 천천히 추가하시길. 다만 이건 식이섬유 섭취를 꼭 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권하는 내용이고, 나는 식이섬유 굳이 먹을 필요 없다 파이다. 난 앞으로 일주일간 야채를 먹지 않을 것이다(물론 그 후에도 귀찮아서 안 먹을 것 같긴...). 기껏해야 아주 소량의 사워크라우트 정도를 먹을 것 같다.

 

단식을 할 준비가 안 됐는데 무턱대고 단식을 시작하는건 위험하다. 이런 사람들은 보식이 문제가 아니라 단식 후 폭식을 할 가능성이 높다. 가공식품으로, 고탄수화물로, 쓰레기 음식으로 단식을 깨는건 단식 안 하느니만 못하다. 단식도 연습해야 한다. 12시간부터 24시간, 30시간, 아주 천천히 인내심을 들여가며 연습하셨으면 좋겠다.

 

 


 

오늘의 식사는 계란, 목초우 소세지(이상한거 안 들어간 수제 소세지이다), 양 간, 사골국, 백설기이다. 여기서 백설기만 밥으로 바꾸면 딱 좋은데,, 아니면 가래떡이나. 백설기에 설탕 소량 들어가서 신경쓰이지만 이정도는 괜찮다. 

 

 

배부를 것 같아서 오늘도 계란 노른자만 골라먹었다(흰자 빼고). 목초 소세지 250g, 유청 발효한 수제 케찹 소량 곁들였다. 버터 20g, 양 생 간 20g도 먹었다. 사진엔 없지만 창억떡집 무지개 백설기(전성분이 맵쌀, 백설탕, 쑥가루 뭐 이런거였던걸로 기억) 50g을 먹었다. 식물가루가 신경쓰여서 그냥 순수 백설기를 먹고 싶었는데 로켓프레시 되는게 이거밖에 없었당,,,흑

 

근데 몰랐는데, 단식을 거치고 나니 배부름 신호가 더 천천히 오는 기분이다. 그래서 어 생각보다 배 안부르네? 하고 준비한거 열심히 다 먹으려고 했는데... 다 먹고 20분정도가 지났더니 정말 배가 터질것만 같았다...ㅠ 단식 후에는 평소보다 더 천천히 먹어야겠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조금만 먹기.. 오늘 먹은 양을 절반으로 나눠서 두 끼에 걸쳐 먹는게 좋을 것 같다. 한 번에 먹으니 위가 찌릿할정도로 배불러서ㅜㅜ 힘들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지금 오후 6시인데 아직도 배부르다 미치겠다ㅋㅋㅋ 저녁은 패스해야지..

 

명심할 것!!

1. 평소 먹던 양의 1/3만 준비하기

2. 평소보다 더 천천히 먹기

3. (당연하지만) 아주 깨끗한 음식으로 먹기

 


 

그리고 너무나 기쁜 소식, 3달만에 생리를 한다. 지난 생리도 단식 하고 터졌었는데, 그 이후로 일이 바빠 자꾸 새벽 2시에 잠들었다. 그러니 다시 생리 소식도 없고.. 솔직히 이번 단식의 최종 목적이 호르몬 정상화를 통해 다시 생리하기였는데 성공할줄은 몰랐다. 어제 단식을 마쳤고 오늘 아침부터 생리를 시작했다. 이번엔 잠드는 시간 꼭 11시 이전으로 유지해서 다음 생리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솔직히 왜 단식할 때마다 생리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건 좀 더 공부해봐야지.. 그래도 좋은게 좋은거니! 얼마나 오랜만에 하는 정상생리야..

 

확실히 단식은 내 몸의 고장난 어딘가를 고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뭔가 불편하면 짧게라도 단식하기. 이렇게 이번 단식의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 너무 기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