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 잤다. 예상 밖이었다..! 단식시 잘 잔게 처음이다. 이유가 뭘까..? 도저히 모르겠다. 수면의 질은 전날 먹은 음식에 좌우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이 아닌가보다. 아무것도 안 먹은 두 날의 수면의 질이 너무나 다르니까.. 뭔가 다른 요소가 있나보다. 터무니없는 가설일수도 있지만, 자기 전에 머리가 복잡하면 자꾸 생각하느라 잠에 집중하기가 어렵던데. 어제는 생각을 많이 안 하고 잤다. 앞으로는 명상을 하고 자러 가야겠다.. 몸은 알 수가 없어서 어렵다. 코드로 짜여있는거면 들여다볼 수 있을텐데ㅎ..
컨디션이 어제와 너무 다르다. 너무 좋다! 몸이 어제보다 훨씬 가볍다. 단식은 3일차가 가장 힘들다는데 나는 그게 2일차에 온 건가..? 아무튼 다리에 느껴지던 탈력감도 오늘은 거의 없어서 아침에 자전거 타고 왔다(학교가는 길은 오르막이 심해서 거의 하체 웨이트나 다름없다) 자전거 타고 나니 좀 힘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어제보다 훨씬 낫다. 어제는 꼭 중력이 1.5배 된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음식에 대한 욕구도 어제가 유독 심했던 듯 싶다. 지금은 상당히 괜찮다. 그냥 공복감이 많이 느껴지는 상태(공복감과 허기는 다르다. 공복감은 고통스럽지 않고 다만 위장이 빈 느낌이다. 허기는...그냥 배고픈 기분...) 주기적으로 허기가 찾아오긴 하지만 이정도야 뭐.. 레몬물+소금 조합이면 문제 없다. 레몬이 오토파지를 방해할까 걱정되긴 했지만 그래봤자 탄수화물 1g 들어있을까 말까이니 이정도는 타협하기로 했다.
공복체중은(뭐 항상 공복이긴 하다..) 0.8키로 빠졌다. 갑자기 훅 빠져버려서 당황했다. 인바디상에서는 근육량이 많이 빠진걸로 나오는데 원래 인바디 근육량을 전혀 믿지 않긴 하지만 이정도 차이 나는건 조금 걱정된다. 수분 빠진거 맞겠지..? 웨이트 열심히 한 다음날은 오히려 근육량 낮게 나오고 그러니까..(제발) 근데 어제 밤에 집에서 간단히 운동 조금 하긴 했다. 허리 아파서 운동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 덕인지 오늘은 훨씬 낫다. 아무튼, 글리코겐이 완전히 고갈되어서 수분이 그렇게나 많이 빠졌고, 그 덕에 지방대사가 더 잘 일어나서 오늘 컨디션이 좋은 걸지도 모른다. 이 가설이라면 완전히 설명되긴 한다. 다만 몸은 이론적으로만 접근하면 안 되니까,, 뭐 시간 지나면 나중에 알게 되겠지!! 근데 확실히 글리코겐이 고갈되어야 단식이 쉽다고 최겸님이 그러셨다. 뭐.. 탄수화물 채워주면 다시 올라올거라고 믿는다.
오늘도 소금 5g과 미네랄 20드롭을 먹어준다. 더 늘리고 싶은데 쉽진 않네.. 자기 전 마그네슘도 챙기고. 다시한번, 단식은 준비없이 섣불리 도전하면 안 되는 거라는걸 느낀다. 전해질 채워주고 안 채워주고가 이렇게 컨디션에 영향을 미친다니, 혹시라도 장기단식을 계획하시는 분이 있다면 꼭 전해질 미리 구비해두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소금은 미네랄 포함된 천일염, 암염 등으로, 미네랄과 마그네슘은 아이허브에서 드롭형태로!
문득, 지금 정신이 굉장히 맑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비현실감, 몽롱함과 같은 브레인포그에 시달렸던걸 생각하면... 이게 카니보어 덕인지 단식 덕인지는 모르겠다. 이 평범함이 확 체감된게 아니고, 문득, 어..? 하는 느낌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물론 이전에도 이런 기분을 느껴봤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인지하지 못했을 뿐.. 어제까지만 해도 너무 어지럽고(이건 모니터를 너무 열심히 들여다본 탓도 있을 것이다) 특히 디스크 통증이 많이 심했는데 오늘은 컨디션도 좋고 통증도 거의 없다. 어제 운동 한 탓도 있겠지만 이건 그 이유만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나 또 가설 세워보면..,, 옥살산 배출을 경험할 때 주로 원래 아팠던 곳이 더 아파진다고 하는데, 꼭 옥살산이 아니어도 지난주에 쌓아둔 내 업보(?)가 많아서, 아니면 원래 지방세포가 꽁꽁 감싸고 있던 독소(렉틴..옥살산.... 지난 1년간 죽어라 먹어왔다 아무것도 모르고)가 방출되면서 아팠던 것일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브레인포그와 허리통증이 차도를 보일 수가 있나..? 아무튼 단식은 정말 경이롭다. 내 몸이 지금 스스로 수리중이구나 하고 느껴지는..!
확실히 생 야채(샐러드)를 식사에 곁들였던 시기에 어지럼증이 심했다. 알콜 들어갔을 때 인지능력 떨어지는 느낌..? 시야가 몽롱한 느낌..? 그 느낌을 지금 반 년간 달고 살았는데, 야채 곁들이면 유독 심했다. 당연히 몸에 좋을 줄 알고 야채를 추가한건데, 식단에 야채를 다량 추가했을 뿐인데 컨디션이 갑자기 나빠져서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었던 적이 있었다. 야채는 당연히 의심하지 않았다. 드레싱도 물론 안 먹었고. 샐러드에 들어있던 씨앗(씨앗이 좋지 않은건 그 때도 알고 있긴 했다. 슈퍼시드들. 햄프시드, 아마씨, 해바라기씨 등등..)이 문제인가 하고 어렴풋이 추측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씨앗도 씨앗이지만 생 야채들이 나를 병들게 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가스도 엄청 찼으니까.. 카니보어를 알게 되고 가장 편한건 식단에 일부러 야채를 추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강박적으로 야채를 챙겨먹었으니.. 조리도 간편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안 나오고. 너무 좋아.
아무튼, 이 평범함이 그리웠다. 어지럽지 않고, 몽롱하지 않고, 비현실적이지 않은 정신이 너무나 그리웠다. 사실 이 평범함조차도 잊고 지냈다. 평범함이 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브레인포그가 오래 지속됐으니까.. 한 줄기 빛을 본 기분이야. 불면증도 점점 해결되어가고 있어서 너무 기쁘다. 사실 키토제닉은 나를 병들게 했다. 난 굳이 따지자면 키토가 아니라 당질제한을 한게 맞지만.. 아무튼 당질제한식이 좋은 인사이트를 가져다 준 건 맞지만, 키토에서는 너무나 이상한 음식들을 많이 먹는다. 키토 베이킹 최악, 야채도 최악. 카니보어를 알게 된 건 정말 행운이야.
오후 3시 경, 어제와 달리 고통스럽지 않다. 컨디션 최상, 허기짐은 조금 있지만 이정도는 자고 일어나서 드는 허기짐과 비슷하다. 그보다 깊은 공복감이 느껴질 뿐이다. 내 몸아 지방 열심히 써줘..! 근육은 쓰지 말구..!
8시경, 어제만큼은 아니지만 조금 힘이 딸린다. 메스꺼움 등의 저혈당 증상은 전혀 없지만 계단을 오를 때는 몸이 좀 무겁게 느껴진다. 자고 나면 이게 어느정도 회복되는 것 같은데, 탄수화물을 넣어줄 때 만큼 근육의 지구력(이게 맞는 표현일까..)이 짱짱한 느낌은 아니다. 오늘은 옆 건물 갈 때도 자전거 열심히 타고다니느라.. 그래도 그 외에 컨디션저하는 따로 없어서 다행이다. 아까 저녁시간에 마켓컬리 구경했는데 음식 사진 보면 확실히 배고프더라ㅋㅋㅋ 그럴 때 말고는 또 괜찮다. 갑자기 허기지면 소금 먹으면 또 괜찮고..
이틀차였던 어제 내가 과연 5일을 채울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3일째 되니까 오히려 더 쉬워졌다. 내일은 또 어떠려나 모르지만 그래도 내일모레 저녁은 식사를 할 수 있다. 단식은 아무튼 정말 신기한 경험이야.. 사람이 3일 안먹고 어떻게 사냐고 친구들이 경악하는데 너무나 컨디션이 괜찮아서...머쓱... 내 건강 걱정해주는 친구들아 고마워.. 하지만 난 지금 더 건강해지고 있단다...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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